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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수선화 앞에서, 봄 (유기방 가옥/ 서산 당일치기 여행) 등록일 26.03.30 조회 7

새벽부터 버스에 올랐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걸 나는 안다. 여행이 그렇다. 설레는 마음은 알람보다 먼저 눈을 뜨게 만든다.

아홉시 반, 유기방가옥. 소나무 아래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 있었다. 그 노란빛이 봄 햇살과 뒤섞여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수선화를 보면 나르시스가 떠오른다. 물에 비친 자기 얼굴을 사랑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꽃이 되어버린 사람.
아름다움이 지나치면 그게 함정이 된다는 이야기를 꽃은 해마다 피어나며 조용히 반복한다. 그 꽃밭에서 일행과 삼각관계 컨셉을 잡고 사진을 찍으며 한참 웃었다. 어른들이 꽃밭에서 그러고 있었다. 우스웠고, 또 좋았다.

서산중앙시장은 한산했지만 구석에서 예쁜 것을 발견하는 재미는 있었다. 다육이 루페스트리 하나를 샀다. 엄마 생각이 났다. 별것 아닌 선물이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서 모녀 사이가 되는 거라고 나는 믿는다. 점심은 블루리본 일곱 개짜리 '진국'에서 게국지와 보리굴비로 한 상 받았다. 배가 불렀고, 마음도 불렀다.

해미읍성은 꽃들이 먼저 반겼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한꺼번에 피어난 것 같았다. 아름다운 이 땅이 천주교 순교자들의 피가 스민 곳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마음 한켠을 서늘하게 했다. 평화는 언제나 누군가의 희생 뒤에 오는 것인가. 답을 모른 채 봄볕 아래 굴렁쇠를 굴리고 투호를 던졌다. 볕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 간월암에서는 바닷바람이 불고 동백꽃이 피어 있었다. 물때가 맞아 암자 안까지 들어갔다. 붐볐지만, 눈을 감고 파도 소리만 들으니 그 안에 잠깐 고요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벌써 다음 여행을 궁리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이게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