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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고창 라벤더 축제, 고창읍성, 선운사 등록일 26.06.26 조회 9

지방선거날. 사전투표를 하고 대구 여행자클럽을 통해 전북 고창으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일정은 고창 청농원 라벤더 축제, 고창읍성, 선운사를 둘러보는 코스. ​
결론부터 말하면 아쉬움과 만족이 공존했던 여행이었다.

새벽 6시 대구를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들떠 있었다.
​마치 소풍 가는 여고생들처럼 재잘재잘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간식까지 챙겨 먹으며
입이 쉴 틈이 없다.
​여자들의 입은 말도 하고, 먹기도 하고, 참 신기한 멀티 능력이다.
​버스 안은 벌써 소풍 분위기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오전 9시 30분.
드디어 고창 청농원에 도착.

'넓게 펼쳐진 신비로운 보라빛 정원에서 향기로운 휴식을 만나보세요.'
​그 문장 하나에 마음을 빼앗겨 신청한 여행이었다. 보라빛 정원을 기대했는데...
​아이구, 이럴 어째 ㅠㅠ 폭삭 속았수다!!

라벤더는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모습이었다.
​성질 급한 몇몇 아이들만 먼저 꽃봉오리를 열고 있었다.
​넓은 정원은 아직 초록빛이 더 많았다.
 
대신, 금계국이 환하게 웃어주고, 장미가 향기를 건네고, 개양귀비와 패랭이꽃이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주인공이 잠시 늦는 동안 조연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풍경.
​그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뜨거운 햇살과 아쉬움을 핑계 삼아 청농원 카페로 들어갔다.​
보라색 우산과 라벤더 소품들로 꾸며진 카페는 그 자체로 포토 존이었다.
그리고 우리를 반겨준 건 바로 라벤더 아이스크림.​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한입에 아쉬운 마음이 조금 녹아내린다.
고창 청농원 라벤더는 6월 중순쯤 방문해야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청농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의외로 꽃보다 포토존이었다.
​솔암제 앞에 세워진 노란 폭스바겐. 그리고 보라색 의자.
​만개한 라벤더가 있었다면 더없이 아름다웠겠지만, 없어도 충분히 예뻤다.
​우리도 아쉬움을 사진 속 웃음으로 남겨두었다.

오전 10시 30분.
두 번째 여행지인 고창읍성으로 이동했다.
​외침을 방어하기 위해 조선 시대에 축성된 고창읍성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윤달에는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을 3회 돌면 무병장수하고 극락승천 한다는 전설이 있어
지금도 부녀자들의 답성(踏城)풍속이 남아있다.
​성곽 둘레 1,684m로 소요시간은 30~ 40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에 하나이다.
옛 성곽을 따라 걷다 보니 돌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눈에 담는 동안 입으로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 보니, 정작 보려 했던 맹종죽림을 결국 지나치고 말았다.
​시원하게 뻗은 대나무숲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가이드님이 알뜰살뜰 설명해주셨는데 ㅠㅠ
​그래도 성곽 한 바퀴를 돌았으니 예부터 내려오는 말처럼 다리 건강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겠지.
이날의 두 번째 아쉬움이었다.
​​
오후 12시 20분,
마지막 여행지인 선운사에 도착했다.
​점심은 자유식.
우리는 '뭉치네' 식당으로 들어가 산채비빔밥, 제육볶음, 파전, 더덕무침을 맛있게 먹었다.

첫 번째 아쉬움은 라벤더 아이스크림으로 달랬고,
두 번째 아쉬움은 맛있는 점심으로 달랬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뒤 선운사 경내로 향했다.
왼쪽에서는 도솔천 물소리가 흐르고, 오른쪽에서는 풍경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대웅전으로 들어서는 길은 초록빛 나무들이 가득해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도솔산 푸른 나무들에 둘러싸인 대웅전은 웅장하면서도 고요하다.
​절이 주는 힘은 늘 신기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진다.
쌀을 올리고 소원을 빌었다. 가족들의 건강. 그리고 평범한 일상.
늘 그렇듯 소원은 거창하지 않다.

만세루에 잠시 앉았다. 산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시간.
​그런데 또 하나의 아쉬움이 남는다. 도솔암에 가보지 못했다.
​하루 동안 청농원, 고창읍성, 선운사를 모두 둘러보려니 시간이 부족했다.

선운사 입구 카페에서 복분자 에이드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버스에 올랐다.
​하루가 짧아 더 아쉬웠던 고창 여행.
하지만 여행은 원래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야 다시 찾게 되는 법이다.​
라벤더가 아직 만개하지 않았고, 맹종죽림을 보지 못했고, 도솔암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만은 없다.
오히려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세 개나 생긴 셈이다.
​아마 여행은 그래서 좋은가 보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다음을 약속하게 만들어서.​
9월 무릇꽃이 필 무렵, 선운사를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15:20 선운사 출발
고속도로휴게소 휴식 (15분)
16:30 대구 도착.

박도현가이드님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더욱 즐겁고 소중한 추억거리를 만들고 왔습니다. 감사합니다.